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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t Event] '반전 또 반전' 양동이 對 양해준 '면왕' 대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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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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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가' 양동이 對 양해준 '면왕' 대결 현장
최진호 기자
눈앞에서 카이저 소제를 놓쳤다. 세치 혀에 농락당한 형사들은 '아차' 싶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절름발이 카이저 소제는 경찰서에서 풀려난 뒤, 언제 그랬냐는 듯 절뚝거림을 멈추고 유유히 인파 속을 빠져나갔다.

영화 역사 속에서 최고의 반전 중 하나로 꼽히는 '유주얼 서스펙트'의 마지막 장면. 보는 이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반전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일이 너무 커졌네~

지난 11일 저녁,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던 이태원역 부근. 재미 삼아 해보자는 이벤트가 파이터와 소속팀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 돼버렸다.

이태원의 한 라면집에서 '점보라면'이라는 걸 판다. 보통라면의 4인분을 합한 엄청난 양을 자랑하는 이 라면을 20분 안에 국물까지 다 먹으면 음식값 2만원을 내지 않아도 된단다. 이 소식을 접하고 '파이터들은 쉽게 성공하겠는데?'라고 생각한 기자는 파이터들을 섭외해 도전해보기로 했다.

수소문해본 결과, 양동이(24, KTT-㈜성안세이브-태영안전)와 양해준(20, 팀 태클)이 먹는 데 있어선 단연 최고라는 말을 들었다. 국내 종합격투기계에서 알아주는 식신들에게 이번 이벤트에 함께 하자고 의뢰했고, 이들은 흔쾌히 승낙했다.

양동이는 삼계탕 세 그릇을 앉은 자리에서 끝내버리는 전설적인 푸드파이터(?)였고, 양해준은 이미 점보라면을 16분에 먹은 기록이 있었기 때문에 성패 여부는 그리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엄청난 운동량을 자랑하는 파이터와 일반인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할 뿐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의도한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한 위(胃) 한다'는 두 선수가 대표로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두 선수 중 누가 많이 먹을까?', '이번 이벤트에서 누가 이길까?'라는 궁금증이 확산되면서 대결 양상으로 번진 것. 양 선수의 소속팀이 레슬링 기반의 종합격투기팀으로 은근히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더 그랬다. 그들에겐 이번 이벤트도 질 수 없는 대결이었다.

소속팀 코치진까지 응원전에 나섰다. 지고 못사는 국가대표 레슬러 출신답게 상대를 향해 약간의 도발도 잊지 않았다.

팀 태클의 최무배 관장은 "(양)해준이가 먹고 간 자리엔 빈 그릇만 남습니다. 열 사람이 왔다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에요"라며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도 이길 수 있을 겁니다"라고 자신했다.

코리안 탑팀의 전찬열 대표는 도발성 멘트까지 남기며 승부욕을 보였다. "그날은 우리 팀 회식이 있는 날입니다. 양동이는 회식에서 배를 채운 뒤, 컵라면 먹는 기분으로 점보라면 먹기 이벤트에 참가하게 될 거에요"라고 말했다.

원래 의도한 건 이게 아닌데... 그러나 이미 일이 커져버렸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갑자기 쏟아진 비 때문에 차가 막혀 선수들이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 원래 저녁 7시에 이태원역 앞에서 만난 후 라면집으로 함께 이동하려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벤트 시작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늦어지면 더 배가 고파 기록은 단축되겠지'라고 생각할 때, 전화가 왔다. 코리안 탑팀의 '특전사 파이터' 김종만 선수였다. "7시 시작 아닙니까? 왜 양동이하고 양해준은 안 오죠?" 이번 이벤트를 관전하기 위해 시간에 맞춰 라면집에 도착한 김종만 선수의 아쉬움이 묻어나는 말투였다. 이어서 "여기 최무배 관장님도 와계세요"라고 말하는 김종만 선수.

다른 선수들도 속속 이태원역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김도형, 방승환, 김장용, 임현규 등 국내 내로라하는 파이터들이 양동이와 양해준 선수의 '무(모)한 도전'을 관전하기 위해 찾아왔다. 이번 이벤트에 대한 쏟아지는 뜨거운 관심을 알 수 있었다.

저녁 8시가 돼서야 선수 입장이 끝났고 라면집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양동이와 양해준 선수, 용인대 선후배인 두 선수는 만나자 웃으며 악수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묘했다. 여유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나름 긴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 넓지 않은 라면집으로 들어서자, 한쪽 벽에 점보라면 도전에 성공한 사람들의 사진들이 붙어있었다. 최고기록은 3분 51초. 그 엄청난 양의 라면을 3분 51초에 먹었다니 믿기지 않았다. 여기서 점원의 한 마디 "저 당시에는 면을 따로 건져낸 뒤 면과 국물을 완전히 식혀서 먹을 수가 있었어요. 먹기 시작할 때부터 시간을 쟀기 때문에 저런 기록이 나온 거죠. 식힐 수 없게 한 다음부턴 10분은 대부분 넘겨요"라고 설명했다.

성공한 사람들의 사진 속에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 코리안 탑팀의 김지훈 선수가 사진 속에서 빈 그릇을 들고 포효하고 있었다. 이미 16분대 기록을 가지고 있는 양해준 선수의 사진도 찾을 수 있었다.

드디어 고대하던 도전의 시간. 점보라면 주문이 들어가고 양동이와 양해준 선수가 나란히 테이블에 앉았다. 긴장된 표정의 두 선수, 이를 지켜보는 선수들과 점원들, 여기저기서 터지는 플래시... 이미 라면집은 경기장 못지않은 흥분,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예기치 못한 양해준의 기권

주문한 점보라면 네 그릇이 나왔다. 방승환과 임현규 선수가 번외경기를 신청해 주문이 더 들어갔다. 점보라면의 양은 실로 대단했다. 면은 물론이고 삶은 계란 두 개, 고기 건더기의 존재감도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물의 양이 숨을 턱 막히게 했다. '둥둥' 기름이 떠있는 갈색 국물, 마치 뜨거운 용암처럼 위압적인 모습으로 선수들의 식도를 위협하고 있었다.

"준비해주세요. 시작합니다" 점원이 스톱워치의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마자 진공청소기 네 대가 굉음을 내뿜으며 면발을 빨아들였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대장관이었다.

경기 초반 눈에 띈 것은 양동이 선수의 전략이었다. 다른 선수들은 작은 그릇에 면을 건져 먹었지만 양동이 선수는 달랐다. 서빙될 때 점보라면 그릇과 단무지 그릇을 받히던 밑받침에 면을 다 건져내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면을 빨리 식힐 수 있는 좋은 전략이었다.

10분이 지나자 건더기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양동이, 양해준, 임현규, 방승환 선수 모두 면과 건더기는 마무리 단계였다. 하지만 근심어린 표정, 남아있는 국물을 생각하니 암담한 모양이었다. "아 진짜 많긴 많네" 국물만을 남긴 양동이 선수가 탄식을 내뱉었다.

이미 점보라면 16분 기록을 가지고 있는 양해준 선수. 점원들은 경기시작 전 "원래 기록인 16분을 깨야 성공한 것으로 합니다"라고 말했었다. 근데 10분이 지나면서 양해준 선수의 진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일단 건더기는 처리했지만 국물을 앞에 두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12분이 경과됐을 때 양해준 선수는 기자를 향해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포기해도 됩니까? 도저히 안 되겠네요" 괴로우면서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기권의사를 알린 양해준 선수는 젓가락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무 긴장한 것이 화근이었다. 나름 대결이라고 하니 이벤트 참가 전부터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었다.

'양해준 기권'이라는 이변을 뒤로 하고 나머지 세 선수는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또 다른 이변이라면 이변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임현규와 방승환 선수의 활약이었다. 웰터급과 라이트급에서 각각 활동하고 있는 두 선수가 헤비급 선수들과 대등하게 겨루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관람하던 김장용 선수는 "사실 임현규 선수가 번외경기를 신청했을 때부터 이변을 예감하고 있었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임현규 역시 알아주는 대식가라고 했다.

마지막 2분. 역시 국물이 문제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후루룩 마셔주고 싶을 정도의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세 선수는 고뇌했다. 임현규 선수는 "와~ 이게 안 들어가네. 이게 안 들어가"라고 올챙이배를 쓰다듬으며 절규했다. 보는 사람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1분을 남기고, 세 선수는 다 떨어진 체력을 쥐어짜듯 마지막 몇 모금의 국물을 입으로 털어 넣었다. 이미 기록은 중요치 않았다. 성패 여부만이 관심의 대상이었다.


예기치 못한 리저버의 우승

결국 해냈다. 세 선수는 20분이 되기 전에 국물까지 깨끗이 비워 점보라면 도전에 성공했다. 결과는 '양동이의 승리, 경량급 선수들의 활약' 이렇게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었다. 중도 포기한 양해준 선수의 표정은 조금 씁쓸했다.

기념사진 촬영이 이어졌다. 먹는 양은 체급과 무조건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임현규와 방승환 선수는 빈 그릇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대결 형식이 된 이번 이벤트에서 승자가 된 양동이 선수에게 인터뷰가 이어졌다. 소감은 "죽겠습니다"였다. 나중에 기록단축을 목표로 다시 도전하라면 하겠느냐는 질문에 "다시는 이런 도전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마치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가 밥 샙과 재대결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 같이... 양동이 선수에게 승리의 기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벤트는 어느 덧 마무리되고 있었다. 지켜보던 선수들은 오늘 행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러나 진짜 끝나기 전까진 끝난 것이 아니다. 다들 가방을 챙기고 나갈 준비를 하던 그때, 일이 터졌다.

양동이 선수에게 마지막 질문이 이어졌다. 기자는 "지금 보디샷을 맞는다면 어떻게 될까요?"라는 우스개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받는 그 순간! 양동이 선수의 얼굴이 쓰나미가 오기 전의 해변처럼 어두워졌다. 그리고 분노의 대역류 현상을 일으켰다.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지만, 댐이 터져버렸고 양동이 선수는 가둬놨던 것들을 그대로 흘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양해준의 기권과 양동이의 대역류, 모두의 예상을 빗나가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이번 이벤트의 주인공은 임현규와 방승환 선수가 됐다. 마치 리저버가 챔피언이 된 것과 같은 양상이었다.


승부란 수많은 변수로 둘러싸여있다

유주얼 서스펙트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출한다고 해도 이런 반전 드라마는 만들지 못할 것이다. 인간의 능력으로 승부를 예측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는 수많은 변수들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대식가로 알려진 두 선수가 점보라면 도전에 실패한 이유는 △너무 긴장한 것 △당일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 △20분이라는 시간제한이 심리적 압박을 주었다는 것 △주위의 기대감이 컸다는 것 등이다. 종합격투기 경기에서 선수들의 기량과 더불어 다양한 변수들이 승부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이번 이벤트 역시 그랬다.

임현규와 방승환 선수는 라면가게를 나서면서 괴로워한 반면, 양동이와 양해준 선수는 편안한 표정으로 "수고했습니다"라고 인사했다. 파이터들의 음식 섭취량을 알아보기 위해 기획된 이벤트, 결과는 예상과 크게 어긋난 것이었지만 파이터들이 즐기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었다.

"혹시 다음에 이벤트하면 어떤 거 해볼까요?" 기자가 선수들에게 묻자 "철권 한 판 할까요?"라는 답이 나왔다. 팔씨름 토너먼트를 해보자는 의견, 몸짱을 뽑아보자는 의견도 이어졌다. 뭐든 좋다. 선수들과 격투기팬들이 즐거워할 만한 것이라면 이런 이벤트들을 자주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이제 먹는 내기는 그만...


[믿을 수 있는 격투기 뉴스, 신세기 격투스포츠의 길라잡이]
이교덕 기자(3Ddoc2kyo@gmail.com">doc2ky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