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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하는 좀비’ 정찬성, 불꽃처럼 얼음처럼…
전체관리자
safe4u@thesseda.com
201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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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들 사이에서 '코리안 좀비'로 통하는 정찬성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인기도 상승하고 있다.(자료사진) ⓒ 수퍼액션 제공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뜨거운 심장에 냉정한 경기운영까지...'

선천적 신체조건의 중요성이 큰 격투 무대에서 상대적으로 파워가 떨어지는 동양 파이터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기는 경기 위주의 파이팅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화끈한 경기를 펼치면 인기가 높아진다는 것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지만, 무모하게 인파이팅을 추구할 수 없는 이유다.

국제무대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올렸던 혹은 올리고 있는 대부분의 동양 파이터들은 화끈한 승부와는 거리가 멀다. 입식단체 K-1 무사시를 비롯해 현재 일본 MMA계를 대표하는 미사키 카즈오-오카미 유신-히오키 하츠 등이 그렇다. 국내파 선두주자 ‘스턴건’ 김동현도 UFC 입성 이후에는 승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화끈함을 버렸다. 안하는 게 아닌, 못한다고 보는 게 맞다.

그래서일까. 화끈한 파이팅 스타일로 성적까지 함께 올렸던 파이터들은 하나 같이 인기가 좋았다.

K-1 맥스간판으로 군림했던 '은빛늑대' 마사토, 프라이드 시절 '불꽃구슬소년' 고미 다카노리, K-1 히어로즈가 배출했던 '신의 아들' 야마모토 키드 노리후미 등이 그렇다. 이들은 서양 강자들과 정면에서 힘 대 힘으로 맞붙어 승리를 따낸 흔치 않은 동양 파이터들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는 평가다.

현재 동양권 파이터 가운데 이러한 스타일을 꼽으라면, 단연 UFC 페더급서 맹활약하고 있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25)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정찬성은 그해 4월 WEC 48에서 레오나르도 가르시아(32·미국)와 세기의 난타전을 벌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UFC 입성 이후에는 거침없는 연승행진으로 일약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화끈한 파이터로 떠올랐다.

마이너시절 인파이팅으로 일관했던 선수들조차 UFC 무대에서는 기량의 한계 탓에 본인의 색깔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찬성은 메이저무대의 높은 벽을 개의치 않고 특유의 폭발적인 패턴을 선보이고 있다. 더 대단한 것은 난관에 처해 파이팅 스타일을 자주 수정했음에도 화끈함은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가르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패하긴 했지만, 경기 이후 정찬성의 인지도는 치솟았다. 자신감충전한 정찬성은 다음 경기인 조지 루프전에서도 불도저 모드로 나가다가 상대 하이킥에 맞아 KO되는 굴욕을 당한다. 아무리 내용이 재미있다 해도 선수의 운명은 승패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는 만큼, 당시 연패는 치명적이었다.

1승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찬성은 변신을 시도한다. 무조건 저돌적으로 치고 받고 구르는 진흙탕 싸움보다는 완급조절을 하며 결정력을 높이는 쪽으로 패턴을 바꾼 것. 그동안 고수했던 스타일에 수정을 가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 정찬성의 짐승 같은 결정력은 체급 최강자로서의 위용을 느끼게 한다.(자료사진) ⓒ 수퍼액션 제공

정찬성은 마인드가 굉장히 강한 선수다. 이를 입증하듯 가르시아와의 리벤지 매치와 UFC 데뷔전을 겸한 'UFN 24'에서 '트위스터'라는 희귀한 관절기를 성공시키며 연패 사슬을 끊었다. 이후 '더 머신' 마크 호미닉(30·캐나다)전에서 7초 넉아웃 승리로 결정력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보여줬다.

호미닉이라는 네임밸류에 위축될 만도 하지만, 초반 상대 공격이 빗나간 틈을 찔러 카운터를 꽂는 장면은 상위급 베테랑을 연상케 했다. 그동안의 이미지가 ‘불’이었다면, 이젠 냉정한 ‘얼음’ 같은 경기 운영능력도 추가한 셈이다.

최근 더스턴 포이리에(24·미국)전은 이런 평가에 무게를 더했다. 타격·그라운드 모두 능한 포이리에는 차세대 챔피언으로 꼽히던 체급 내 최고의 신성 가운데 하나였다. 현지에서는 물론 국내 팬들 역시 정찬성이 포이리에를 꺾을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이 경기에서 검증된 정찬성의 최대 장점은 두둑한 뱃심이다. 호미닉전에서 드러났듯, 상대가 누구든 위축되는 법이 결코 없다. 불같은 파이팅도, 얼음 같은 결정력도 이러한 자신감이 원천이다.

정찬성은 초반부터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며 기선제압,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페이스대로 압박했다. 불안요소로 점쳐졌던 그라운드 공방전에서도 피하기보다는 거침없이 맹공을 퍼부었다. 스스로의 기량에 대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장면이다.

포이리에는 호시탐탐 흐름을 반전시킬 타이밍을 엿봤지만 정찬성은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거세게 밀어붙이면서도 강약을 조절, 결코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무릎부상에 따른 여파 때문일까. 3라운드 들어 정찬성이 지친 기색을 드러내자 노련한 포이리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반격을 개시했다. 초반과 달리 정찬성은 스텝도 현저하게 둔해졌고, 가드도 밑으로 내려가는 등 불안한 움직임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정찬성은 4라운드가 시작되자 전진했다. 집중력도 여전했다. 팔을 축 늘어뜨린 채 숨을 몰아쉬는 포이리에의 펀치궤도를 정확하게 꿰뚫어봤고 빈틈을 보이자 지체 없이 회심의 어퍼컷-스트레이트 연타를 가했다.

충격을 받은 포이리에는 크게 휘청거렸고 찬스를 잡은 정찬성은 바로 쫓아 들어가 플라잉 니킥을 꽂았다. 과거 비제이 펜이 션 셔크를 박살내던 장면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투지가 강한 포이리에는 타격 후 충격으로 다운돼 정신없던 상황에서도 정찬성 하체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정찬성은 서브미션을 작렬하며 최후의 몸짓을 했던 포이리에를 끝내버렸다. 가르시아-호미닉전에서 확인된 짐승 같은 결정력이 또 드러난 셈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정찬성의 다음 상대는 현 챔피언 호세 알도(25·브라질)다. 미들급 챔피언 앤더슨 실바가 "체급이 같았다면 내가 알도를 이기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페더급 최강의 괴수다. 무시무시한 타격은 물론 그라운드까지 능하다.

호미닉-포이리에와의 경기 전에도 그랬듯, 여전히 정찬성 열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정찬성은 항상 자신이 낮은 평가를 받던 상황에서도 그 이상의 경기내용으로 승리를 차지해왔다. 더욱이 젊은 선수답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불 같은 파이팅에 냉정한 경기운영 능력까지 장착한 정찬성이 또 대어를 잡아내며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을까. 한국 MMA 역사상 최고의 반란을 꿈꾸는 좀비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